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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냄새 - 담임목사 칼럼

냄새


지난 주 결국 covid-19에 걸렸습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콧속과 목구멍이 부어 침만 삼켜도 아프고, 가래가 끓어 기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자가 진단 키트가 있어서 테스트 해보니 선명한 두 줄이 떴습니다. Covid-19 확진입니다. 그래서 일체의 외부 활동을 접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테스트 결과 집안 다른 식구들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일 주일 조금 넘는 기간동안 혼자만 방에 갇혀 지내게 되었습니다.


Covid-19 증상 중 하나는 냄새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는데 처음에는 약간 씁쓸한 맛이 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냄새를 못 맡자 한가지 좋은 점은 화장실에 앉아 있어도, 마스크를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냄새가 사라지자 맛도 사라졌습니다. 달고 짜고 매운 것은 느끼겠는데, 향이 전부 사라져 무얼 먹어도 식감 만 다를 뿐 맛은 다 똑같았습니다. 정말 무미 건조해졌습니다. 딸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와서 무슨 맛을 먹을 거냐 묻는데, 딸기 맛을 먹겠다고 대답하고는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사실 뭘 먹어도 달짝지근한 얼음과자를 먹는 것일 뿐 아무런 맛의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냄새를 못 맡게 된 동안, 우리가 구원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고후2:15)라는 바울의 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향기인 우리들이 그 향을 잃게 된다면 얼마나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향기를 잃은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그래도 그리스도인인 것은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냄새를 잃어보니, 딸기 맛이나 포도 맛이나 오렌지 맛이나 전혀 구분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 향기를 잃는다는 것은 약간의 약점이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 즉 그리스도인이 아닌 것이 되는 것임을 확실히,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냄새가 돌아와 다시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죠스바를 먹어보니 겉의 딱딱한 부분과 안의 부드러운 부분의 맛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안쪽은 딸기 맛이고, 바깥족은 오렌지 맛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도 세상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우리가 존재하는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풍겨내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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